노트를 찢어 쓴 편지와 국화 한 송이, 10년째 도착하는 성금
한국일보

경남 지역에 집중호우 피해가 나자 낯익은 손편지와 성금이 또 도착했습니다. 발신인은 밝히지 않았지만, 필체만으로 알아본 이가 있었어요.
최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거제와 통영 등지에 성금 500만원이 전달됐습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발신인을 알 수 없는 번호였죠.
전화를 건 이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사무실 앞에 상자 하나를 두고 갔습니다. 상자 안에는 현금 500만원과 국화 한 송이, 그리고 손으로 눌러쓴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어요. "빠른 복구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짧은 인사와 함께요.
모금회 직원들은 이 편지를 곧바로 알아봤습니다. 노트를 찢어 만든 편지지, 낯익은 필체, 편지마다 빠지지 않는 '어느 날'이라는 표현까지. 2017년 진주 방화 사건부터 이태원 참사, 해외 지진 피해까지, 재난이 있을 때마다 조용히 성금을 보내온 바로 그 손길이었습니다.
이렇게 이어온 기부가 벌써 10년, 누적 금액은 7억6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려운 곳에 마음을 전하는 손길만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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